"힘든 것을 내색하지 않는 사람들은 속앓이가 많다. 나는 아이유가 힘든 일을 겪을 때 스스로 자기의 타고난 그릇을 믿고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라는 가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었다. 그녀가 자기 운을 스스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길 바랐다." - 김이나의 작사법 中
운명이라는 이름에 휩쓸려 나라는 존재마저 잊고 살아가는 우리. 고난으로 가득한 삶이 휘두르는 대로 살아가지 않고 내게 맞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답은 언제나 나인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가장 행복할지 아는 사람이 된다면 수천만 개의 갈림길에서도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설 수 있겠죠.
하지만 도통 나를 모르겠는 순간이 오더라도, 오래도록 공들여 빚어낸 당신이라는 그릇을 믿으며 망설임 없이 걸어나가요. 뜨겁고 잔혹한 순간마저 참으며 최선을 다해왔던 당신이라면 스스로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강인함을 반드시 간직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갈고닦은 나를 세상에 마음껏 선보이러 길을 떠나자고요!
누군가에게 맘을 줄 때면 반을 남기는 습관이 있어 다 줘버리면 떠날 것 같은 이상한 그 예감이 싫어
"하루가 떠나가는 시간,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는 시간. 오늘이 다시는 올 수 없단 사실은, 가끔씩 너무 슬프게 다가오지 않던가. 저녁하늘이라는 주제는 막 겪은 이별의 아픔보다는, 어렴풋이 남은 이별의 아픔에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때도 있지만, 문득 시리게 오는 기억과 비슷해보였다. 끊어졌다가, 새로 또 오는 인연과 닮아 있는 듯했다."
- 김이나의 작사법 中
가끔은 어떤 시기의 슬픈 기억이 떠올라 현실의 시간을 앗아가기도 해요. 그런 마음들은 도통 해소되지 않은 채 불쑥불쑥 나를 잊지 말라고 나타나거나 잘못된 습관으로 남아 마음을 계속 어지럽히곤 해요.
김이나 작사가님에게는 저녁 하늘이 그런 존재였다고 합니다. 가족과 이별 할 때마다 마주치는 저녁 하늘을 보며 느꼈던 슬픔에 대한 이야기. 이토록 사적인 감정을 담아냈는데도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 놀랐다는 그녀의 후일담을 들으며 생각해요. 우리의 기억도 어딘가에 끄적여두면 그리고 혹여라도 누군가의 공감을 받게 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해뒀어요. 자꾸만 기억나 괴롭게 하는 과거가 있다면. 그 시간으로 잠시만 돌아가 보세요. 그리고 아래에 첨부한 가사집에 적은 후 어딘가에 공유해 보세요. 나의 감정을 같은 모양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라도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 아픔을 조금은 더 따스하게 끌어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가사 속 화자는 심하게 소심해서 수치심도 유독 많은 소녀다. 곡이 경쾌해서인지 이 노래를 행복한 사랑노래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 가사는 에둘러 고백했으나 에둘러 차인 상황을 두고 쓴 것이다. <좋은 날>은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자기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날씨마저 눈치 없게 느껴져 원망스러운 한 소심한 소녀의 심정을 그린 노래다." - 김이나의 작사법 中
밝은 멜로디에 가려져 즐거운 노래로 기억하고 있던 <좋은 날>이라는 가사.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심하고 수치심 많은 소녀의 마음이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눈물은 감격의 눈물이 아니라 오래도록 설렌 마음이 거절당한 속상함의 눈물이었던 거죠.
<좋은 날>의 가사처럼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내일은 길을 나설 때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생각해 봅시다. 이렇게 날이 맑은 날 슬픔으로 가득 찬 어떤 소녀의 마음처럼. 햇살 같아 보이는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찬바람이 가득할지 모르니. 마주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따스한 인사를 건네주자고요.